동묘앞을 지나는데 우글대는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나란히 앉은 노부부가 보였다.

할아버지는 까만 봉지에서 하-얀 운동화를 꺼내서 무릎 위에 올려두셨다.

그리고 볼펜을 주머니에서 꺼내시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무언가를 운동화에 쓰셨다.

궁금함에 슬쩍 다가가 보니, 또박또박 '金덕'이라고 양쪽 뒤꿈치에 쓰고 계셨다.

그러고는 하-얀 운동화를 할머니 손에 쥐어 주시고 무언가 조근조근 말을 이어 나갔다.

 


3년전 어느날 일기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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