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남학생 두 명이서 들뜬 목소리로 티격태격하는 목소리가 가까워 왔다. 한 친구가 신이 난 목소리로 다른 친구에게 소리쳤다.

 "하트보내! 빈 하트라도 보내! 새꺄!!"

 나는 파프리카를 통통 썰면서 생각했다.  

 '테두리만 있는 하트를 빈 하트라고 부르는구나, 까만 하트가 빈 하트보다 좋은 거구나, 까만 하트는 닫힌 마음 같아서 더 답답하지 않을까?'

 '그래 빈하트를 보내라, 이 녀석아!'


 그리고 끓는 소면에 차가운 물을 부을 때, 어린 아이가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칭얼대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왠지 기분이 뜨끈히 좋아졌다. 

 내가 아직 거웃이 나지 않은 아이였을 적이 생각났다. 더운 여름 날, 흐드러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부엌에서는 무언가가 송송 썰리고, 보글보글 끓었다. 

 이제 조용한 집에서 내가 무언가 송송 썰고, 보글보글 끓인다. 그리고 창 밖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는다.

 

 커다란 빈 하트를 그려서 그 안에 아내와 자식들을 품어야지.

 가족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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