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나의 말2014. 4. 23. 18:55




 원주에서 청주를 향하던 이틀간 만났던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 날도 해가 질 무렵, 근처 초등학교를 찾아서 텐트를 쳤다. 소사 아저씨가 오셔서 수상해 보이는 저를 탐문하고 돌아가셨고, 해가 산 너머로 거의 넘어 갈 쯤 멀리서 저를 부르셨다. 그리고 소사 아저씨가 묵으시는 초등학교 옆 작은 건물에 초대되어 김치찌개를 얻어 먹고 6시 내고향을 같이 시청했다.

 

 리포터가 통통배 위에서 초장에 담궜던 생선회를 입술에 뭍혀가며 먹을 때 말씀이 없으시던 소사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침엔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 네가 꾸는 꿈도 젊은 치기도 다 그때 뿐이다. 어서 돌아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얼른 취직이나 하는게 백번 낫다!"

 

 아저씨의 말에 동의 할 수 없어서 내가 꾸는 꿈의 가치가 얼마나 높고 소중한지에 대해 무례함을 무릅쓰고 몇마디를 덧붙였다. 나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은 아저씨는 젊은 시절 배구선수를 지내던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지금의 자신의 처지를 보라는 짧은 말씀을 남기시고는 입을 닫으셨다. 그래도 아저씨의 말에 동의 할 수 없었지만 남은 6시 내고향을 침묵 속에서 시청했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리란 아저씨의 호의를 몇 번 사양한 뒤에 텐트에 돌아와 눈을 붙였다.

 

 다음날 새벽, 잠 잤던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날도 역시 해는 머리 위에 올랐다가 점점 산을 넘으려 했다.

  작은 동네의 입구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우체국 옆에서 소녀시대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어디 있는지를 물어보고, 합창단의 돌림노래 같은 대답을 간신히 해석해서, 근처 초등학교를 찾아 텐트를 폈다. 짐을 풀고 숨좀 돌리려니 언제부터 따라왔는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재잘댔다.

 

 "아저씨 가출 했어요?"

 "아니~"

 "그럼 거지에요?"

 "아니야."

 

 위의 대화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온갖 쓸데 없는것들을 궁금해 했고 금세 날은 어둑해졌다.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고 애들을 돌려보내고 저녁으로 빵과 우유를 먹으며 지도책을 보는데 무리중에 가장 작고 조용하던 아이 하나가 남아서 주변을 맴돌고 있는게 보였다. 걱정이 되어 아이를 불렀다. 그리고 아이가 쭈뼛쭈뼛 오더니 나에게 말했다.

 

 "저는 아저씨처럼 모험가가 되는게 꿈이에요."

 "나는 그런게 아니..."

 "저도 아저씨처럼 내일 아침부터 모험을 떠날거에요! "

 

 머릿속에 아이가 실종되고, 경찰들이 탐문을 시작하고, 내가 검거되는 모습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급히 아이에게 말했다.

 

 "너는 아직 너무 작아서 모험은 힘들어. 공부 열심히 하고, 나중에 대학에 가서 그 때 모험도 가고 그래라. 이거 빵 하나 줄테니까 집에 가서 먹어."

 

 아이는 조용히 집에 돌아갔고, 나는 조용히 지도를 보며 길을 확인하고 눈을 붙였다.

 

 다음날, 일어나 길을 걷는데 지난 이틀 간 만난 두 사람이 계속 생각났다. 소사 아저씨를 만난 나는 모험가가 꿈인 초등학생이었고, 초등학생을 만난 나는 현실적인 소사 아저씨였다.

 

 그리고 모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내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의 순간들이 오면 두 사람이 생각난다. 한쪽엔 초등학생이 서 있고, 다른 쪽엔 소사 아저씨가 서 있었다. 만약 그 둘을 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어떨지 생각한다. 소사 아저씨에게 더 이상 허무맹랑해 보이는 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험가가 꿈인 초등학생에겐 그 꿈을 응원한다고 힘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둘 모두에게 웃음을 받는 모습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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