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잡동사니/V2013. 6. 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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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나의 말2013. 6. 11. 16:20

 

오랜만에 중고 책이 아닌 새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했다.

포장을 열고 책을 후루룩 넘기는데 새 책 냄새가 난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생각이 나고 가슴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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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빼바지

나의 말2013. 5. 8. 18:19

 

 

 

집에는 몸빼바지가 몇 개 있다.

스무 살, 농활에서 처음 만난 그 착용감...

이후로 농활을 갈 때마다 몸빼를 고르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편한 착용감, 현란한 문양, 화려한 색. 몸빼 만세다.

 

참고로 독일 어느 사진잡지에 몸빼바지를 입은 내가 실려있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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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잠

나의 말2013. 5. 8. 18:04

 애들 이라면 다들 그렇듯 나도 어릴적엔 낮잠을 많이 잤다.

 할아버지 방에서 자고 일어나면 얼굴과 볼에는 빨갛게 대나무 자리 자죽이 남아있었다. 부모님 방 침대에서 자면 다섯시쯤 미군부대쪽에서 들려오는 대포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거실에서 자고 일어나면 부엌에서 시래기 된장국 냄새가 나고있었다. 여름날 옥상 평상에서 나른하게 잠을 깼다.

 아직 어렸을 때라 그런지 낮 잠을 자고 일어날때에는 뭔가 기분이 묘했다. 슬프기도하고 짜증나기도하고 어려서 알겠냐만 싱숭생숭했던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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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어떤 조각2013. 4. 23. 19:52




1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2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려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 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3
세상 사람들은 참 어리석습니다
그리고 눈이 너무 어둡습니다
그것을 생각할 때 스스로 우스워집니다

세상 사람들은 먼 먼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가까운 것은 벌써 가까운 것이 아니며
멀다는 것 또한 먼 것이 아닙니다
참으로 가까운 것은 먼 곳에만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먼 곳도 가까운 것도 아닌
영원한 가까움인줄 세상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말이 없다는 것은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말이 많다는 것은 정작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벌써 인사가 아닙니다
참으로 인사를 하고 싶을 땐 인사를 못합니다
그것은 어쩔 수없는 더 큰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에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안합니다
안한다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것이 사랑의 진리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땐 잊는다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뒤돌아 보지 않는 것은 너무도 헤어지기 싫은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는 것입니다

 

 

 

한용운 '인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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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나로호 3차 발사를 보러 고흥에 갔었다.

TV에서 나로호 3차 발사에 대해 수선을 떠는 뉴스들을 봤다.

그리고 나로호 발사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발사 전날 막차를 타고 고흥으로 내려가, 피씨방에서 밤을 새고, 첫차를 타고 외나로도에 도착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돈은 없고, 잠은 오고, 바람은 매섭더라.

그래서 해변의 공공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오돌오돌 떨며 선잠을 잤다.

그러고는 저 하늘을 바라보며 발사만 기다렸지만, 몇시간이 지연되더니 끝내 취소가 되었다.

 

잊고 싶은 2012년의 기억들이 모두 잊혀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2012년에 내가 살았던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느끼려던 굉음과 떨림은 그렇게 허무하게 취소됐다.

어쩐지 호남선을 달리던 밤 버스의 옆자리 아저씨가 드시던 군침돌던 만두만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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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나의 말2013. 2. 15. 01:11

 

 

2012년은 꽤 무서운 해였다.

 

어느 순간 내가 가진 신뢰들은 모두 의심되었다. 의심은 불씨가 되어서 나의 모든 기반을 까맣게 만들어버렸다.

이 모든 일들은 순식간이었고 나는 겁이 났다. 그래서 비겁한 모습으로 도망을 쳤다.

나의 큰 덩어리 몇 개를 버리고 숨어있던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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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

나의 말2013. 1. 10. 11:19

 

 

 

나의 백 일.

가을에 태어났으니 백일이 되는 날의 겨울은 추웠던가 보다.

두꺼운 코끼리 옷, 의자를 감싼 담요. 북슬북슬한 백 일 사진이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기분 좋게 사진을 찍은 뒤에, 의자에 꽉 낀 몸을 빼느라 울고불고 난리였다는 후문이다.

 

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3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삶에도 뒤돌아 보면 이야기들이 켜켜히 쌓여 두터운 나이테를 만들었더라.

나의 말들은 두서 없고 들쭉날쭉하게 꺼내 놓아지겠지만, 

결국엔 잘 뭉쳐져 북슬북슬한 덩어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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