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빼바지

나의 말2013. 5. 8. 18:19

 

 

 

집에는 몸빼바지가 몇 개 있다.

스무 살, 농활에서 처음 만난 그 착용감...

이후로 농활을 갈 때마다 몸빼를 고르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편한 착용감, 현란한 문양, 화려한 색. 몸빼 만세다.

 

참고로 독일 어느 사진잡지에 몸빼바지를 입은 내가 실려있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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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잠

나의 말2013. 5. 8. 18:04

 애들 이라면 다들 그렇듯 나도 어릴적엔 낮잠을 많이 잤다.

 할아버지 방에서 자고 일어나면 얼굴과 볼에는 빨갛게 대나무 자리 자죽이 남아있었다. 부모님 방 침대에서 자면 다섯시쯤 미군부대쪽에서 들려오는 대포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거실에서 자고 일어나면 부엌에서 시래기 된장국 냄새가 나고있었다. 여름날 옥상 평상에서 나른하게 잠을 깼다.

 아직 어렸을 때라 그런지 낮 잠을 자고 일어날때에는 뭔가 기분이 묘했다. 슬프기도하고 짜증나기도하고 어려서 알겠냐만 싱숭생숭했던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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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나로호 3차 발사를 보러 고흥에 갔었다.

TV에서 나로호 3차 발사에 대해 수선을 떠는 뉴스들을 봤다.

그리고 나로호 발사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발사 전날 막차를 타고 고흥으로 내려가, 피씨방에서 밤을 새고, 첫차를 타고 외나로도에 도착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돈은 없고, 잠은 오고, 바람은 매섭더라.

그래서 해변의 공공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오돌오돌 떨며 선잠을 잤다.

그러고는 저 하늘을 바라보며 발사만 기다렸지만, 몇시간이 지연되더니 끝내 취소가 되었다.

 

잊고 싶은 2012년의 기억들이 모두 잊혀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2012년에 내가 살았던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느끼려던 굉음과 떨림은 그렇게 허무하게 취소됐다.

어쩐지 호남선을 달리던 밤 버스의 옆자리 아저씨가 드시던 군침돌던 만두만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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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나의 말2013. 2. 15. 01:11

 

 

2012년은 꽤 무서운 해였다.

 

어느 순간 내가 가진 신뢰들은 모두 의심되었다. 의심은 불씨가 되어서 나의 모든 기반을 까맣게 만들어버렸다.

이 모든 일들은 순식간이었고 나는 겁이 났다. 그래서 비겁한 모습으로 도망을 쳤다.

나의 큰 덩어리 몇 개를 버리고 숨어있던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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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

나의 말2013. 1. 10. 11:19

 

 

 

나의 백 일.

가을에 태어났으니 백일이 되는 날의 겨울은 추웠던가 보다.

두꺼운 코끼리 옷, 의자를 감싼 담요. 북슬북슬한 백 일 사진이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기분 좋게 사진을 찍은 뒤에, 의자에 꽉 낀 몸을 빼느라 울고불고 난리였다는 후문이다.

 

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3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삶에도 뒤돌아 보면 이야기들이 켜켜히 쌓여 두터운 나이테를 만들었더라.

나의 말들은 두서 없고 들쭉날쭉하게 꺼내 놓아지겠지만, 

결국엔 잘 뭉쳐져 북슬북슬한 덩어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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